PG 정산기한 지키기, 이제 계약 문제가 아니라 법 위반 문제다
지금까지 PG(결제대행업체)가 가맹점에 정산금을 며칠 만에 주는지는 순전히 계약서에 적힌 대로였다. 계약에서 정한 날짜를 넘겨도 그건 "채무불이행"이라는 민사 문제일 뿐, 감독당국이 나서서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화 글에서 다룬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온라인 결제·선불충전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가 지켜야 하는 법)에는, 그 글에서는 깊게 다루지 않았던 조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계약에서 정한 정산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그 자체로 법 위반이 된다"**는 조항(제36조의3)이다. 이 글은 이 조항 하나만 좁혀서, 개발팀이 왜 이걸 "정산자금을 어디에 보관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하는지 정리한다.
왜 지금 이 얘기를 해야 하나
계기는 같다 — 2024년 온라인 쇼핑몰 티몬·위메프가 판매자에게 줄 정산대금을 제때 주지 못해 무너진 사건("티메프 사태")이다. 그런데 이 사태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두 갈래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나는 "정산해야 할 돈을 회사 운영자금과 섞어 써버린 것"(자금 관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약속한 날짜에 돈을 주지 않은 것"(지급 시점 문제)이다. 개정법은 이 둘을 각각 다른 조항으로 손봤다.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이미 다룬 글)는 첫 번째 문제를, 정산기한 준수 의무는 두 번째 문제를 겨냥한다. 두 의무를 같은 것으로 착각하면, "정산금을 신탁 계좌에 잘 넣어뒀으니 우리는 안전하다"고 안심하다가 정작 지급이 며칠 늦어져서 별도로 걸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번 개정에서 새로 생긴 의무, 한눈에 정리
같은 개정법 안에 정산기한 준수 의무 말고도 여러 조항이 함께 신설됐다. 이 블로그에서 이미 다룬 것과 이번 글에서 새로 다루는 것을 구분해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 새로 생긴 의무 | 조문 | 위반 시 제재 | 이 블로그에서 |
|---|---|---|---|
| 정산자금 전액 외부관리 | 제25조의4·제25조의5 | 시정명령 → 미이행 시 영업정지 | 자세히 다룬 글 |
| 자본금 요건 상향(분기 결제대행규모 300억원 초과 구간 신설) | 제30조 | 요건 미충족 시 등록 유지 불가 | 등록 시리즈에서 다룬 글 |
| 대주주 변경 시 15일 이내 변경등록 | 제33조의3 | 결격 시 등록 불가, 미이행 시 등록취소 사유 | 사후관리 의무 글에서 다룬 조항 |
| 정산기한 준수(계약에서 정한 기한 내 지급) | 제36조의3 | 시정명령 → 미이행 시 5천만원 이하 과태료 | 이번 글 |
| 경영지도기준 위반 시 제재 수단을 등록 전자금융업자까지 확대 | 제42조 | 시정조치 → 영업정지 → 등록취소 단계적 조치 | 경영개선명령 사례로 다룬 글 |
모두 공포 1년 뒤인 2026년 12월 17일부터 한꺼번에 시행된다. 표 마지막 줄(경영지도기준 제재 확대)도 짚을 만한데, 지금까지는 재무건전성 기준(경영지도기준)을 어겨도 "허가"를 받은 일부 업체에만 시정조치·영업정지 같은 강제수단이 있었고, 등록만 한 대다수 PG·선불사에는 마땅한 강제수단이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등록업체까지 같은 강제수단의 대상이 된다 — 2026년 7월 경영개선명령 사례는 이 확대 이전에 이미 있던 별도 감독규정(전자금융감독규정 제34조)에 근거한 조치였지만, 앞으로는 법률 자체에 더 확실한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정산기한 준수 의무, 정확히 뭔가
핵심을 먼저 말하면 이렇다 — 법이 정산기한 자체를 며칠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PG사와 가맹점이 계약으로 정한 기한을 실제로 지켜라"고 강제한다. 즉 기준이 되는 날짜는 회사마다, 심지어 가맹점마다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가맹점과는 "결제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3일 이내"로 계약했을 수 있고, 다른 가맹점과는 "익월 10일 일괄 정산"으로 계약했을 수 있다. 개발팀 입장에서 중요한 건 여기다 — 지켜야 할 기한이 시스템 어딘가에 하드코딩된 상수 하나가 아니라, 계약서마다 달라지는 데이터라는 것.
위반했을 때 절차는 단계적이다. 먼저 금융당국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걸 이행하지 않으면 그때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 위반(영업정지까지 갈 수 있는)보다는 제재 수위가 낮지만, "계약서에 늦게 준다고만 안 걸리면 그만"이던 시절과는 확실히 달라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서 다룬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와 헷갈리기 쉬우니 표로 정리한다.
|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 | 정산기한 준수 의무 | |
|---|---|---|
| 묻는 질문 | 그 돈을 지금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가 | 그 돈을 언제 지급했는가 |
| 기준 | 법이 정한 방식(신탁·예치 등)으로 분리 보관했는지 | 계약서에 적힌 기한을 지켰는지 |
| 위반이 드러나는 방식 | 계좌 구조·잔액 대사로 확인 | 지급 이력과 계약 조건 대사로 확인 |
| 조문 | 제25조의4·제25조의5 | 제36조의3 |
돈을 잘 분리해서 보관하고 있어도(외부관리 요건 충족), 지급 자체가 계약 기한을 넘기면 별도로 정산기한 준수 의무를 어긴 게 된다 — 두 의무는 서로를 대체하지 않는다.
개발팀이 지금 점검해야 할 것
계약 조건을 프로그램이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기 "정산기한 T+3영업일" 같은 문구가 계약서(PDF나 문서)에만 적혀 있고 시스템에는 안 들어가 있다면, 애초에 지켰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가맹점 마스터 데이터에 정산 주기(예: D+1, D+3, 익월 특정일)와 기준일 계산 방식(영업일 기준인지 달력일 기준인지)을 구조화된 필드로 넣어야 한다. 계약이 바뀌면 이 필드도 같이 갱신되도록, 계약 관리 시스템과 정산 시스템이 연동돼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영업일·공휴일 계산을 정산 배치 로직 안에 넣기 "3영업일 이내"라는 조건은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세야 한다. 이 계산을 배치 코드 안에 하드코딩해두면, 대체공휴일이 새로 생기거나 연도가 바뀔 때마다 값을 놓치기 쉽다. 별도의 영업일 캘린더 테이블(또는 서비스)을 두고, 정산 배치는 그 테이블을 참조해서 기한을 계산하는 구조가 안전하다.
"기한을 넘길 뻔한" 상태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알아채기 과태료로 이어지는 건 "실제로 기한을 넘긴 것"이지만, 실무에서 필요한 건 그 전 단계 알림이다. 예를 들어 기한의 80% 시점(기한이 3영업일이면 이틀째)에 아직 미지급 상태인 가맹점 목록을 자동으로 뽑아 담당자에게 경고하는 배치를 별도로 둔다. 정산 배치가 실패해서 다음 날로 넘어가는 상황 자체는 흔하지만, 그게 계약 기한까지 넘기는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실패 건수가 아니라 기한까지 남은 시간 기준으로 감시해야 한다.
부분 실패·재처리 시 기한 카운트가 끊기지 않게 하기 배치 일부가 실패해서 재처리하는 경우, 재처리 시각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버리면 "지연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원래 정산 대상이 된 원 거래 시각(또는 정산 대상 확정 시각)을 기한 계산의 기준점으로 고정해두고, 재처리는 그 기준점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위반 여부를 증명할 자료를 처음부터 남기기 나중에 감독당국이나 가맹점이 "왜 늦었는지" 물었을 때, 계약서상 기한·실제 지급 시각·중간 실패 이력을 한 화면에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계약은 법무팀 문서함에, 지급 로그는 정산 시스템에, 배치 실패 이력은 인프라 로그에), 소명 자료를 만드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정산자금 외부관리 글에서 다룬 감사로그(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남긴 수정 불가능한 기록) 설계를 이번 정산기한 준수 목적으로도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다 — 별도로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체크리스트
- 가맹점별 정산기한 조건(주기, 영업일 기준 여부)이 계약 문서가 아니라 구조화된 데이터로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지
- 정산 배치가 영업일·공휴일 캘린더를 별도 테이블로 참조하고 있는지, 캘린더 갱신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지
- 기한을 넘기기 전 단계(예: 기한의 80% 시점)에 미지급 가맹점을 자동으로 감지해 알리는 배치가 있는지
- 배치 재처리가 원 거래 시각 기준의 기한 카운트를 왜곡하지 않는지
- 지급 지연이 발생했을 때 계약 기한·실제 지급 시각·실패 이력을 한 번에 조회해 소명할 수 있는지
-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와 정산기한 준수 의무를 같은 것으로 혼동해 둘 중 하나만 점검하고 있지는 않은지
참고자료
- PG업자의 가맹점 정산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감독 장치를 마련 – 금융위원회
- PG업자의 정산자금 보호 및 관리·감독 장치 마련을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법률안 공포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 관련 규제체계 정비 – 율촌(법률신문)
-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 광장(법률신문)
- PG업 정산 자금 보호조치 및 자본금 요건 등 뉴스레터 –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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